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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콘 전선에 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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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겅퀴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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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선에 핀 동백꽃(수필)

김소위 님!“/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도/가녈피고 쓸쓸한 누님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그러나 이미 지나버린 계절 앞에 울 수도 없는 지금

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의 구름다리 앞에서/흐려진 시야를 씻어도 밀려 떠가는 강물에 얹혀 있는 게 아니겠어요?/ 김소위님, 그러나 우리는 결코 떠밀려갈 수만은 없는 것./멀지 않아 그곳에 갈 꽃은 노스탤지어로 나부끼겠고 얼마 후엔 하얀 눈이 쌓이겠지만/당신님은 한 어름을 기리는 수목의 의지로 내일을 넘보는 군인이어야 하겠습니다./태양이 눈부시게 쏟아집니다./그 위에 먼 안녕을.

이것은 내가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근무할 때 대대 장교들의 회식 자리에서 노래 대신 낭독한 위문편지의 내용이다. 대대장은 막걸리 한 순 배가 돌아가자 장교들을 일일이 지명하며 노래를 시켰다. 지명 받은 장교들마다 제 나름대로 유행가나 가곡을 불러 장기를 자랑했다. 내 차례가 오자 나는 그 흔한 노래 대신 시 같은 편지를 읽었다. 이후로 고지 외로운 곳에서 근무를 하는 장교들이 가끔 유선 전화로 시 낭송을 부탁해 왔다. 그때면 나 역시 외로움을 달랠 겸 이수복의 동백꽃이나 차옥진의 위문시를 낭송해 주었다.

 

그 후로 부대는 일반전초(GOP)부대에서 후방으로 이동했다. 연대단위 기동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출동을 하려던 차에 S2(작전과) 대위가 급히 나를 찾았다. 지입 차에 실려 간 곳은 사단 단위 경계시범훈련 예행 연습장이었다. 대대장은 내가 도착하자마자 소위가 내미는 원고를 나에게 건네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나는 지시대로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존경하는 육군 소장 김익권 5사단장각하. 오늘 저희 205 포병부대에서 각하를 모시고 사단단위 경계시범훈련을 실시하게 됨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하고 박력 있게 읽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웅변 요령대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또박또박, 구형을 크게 벌리고 높낮이를 조정하며,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읽었다. 서두를 조금 읽어가는 도중에 대대장은 느닷없이 나의 등을 툭 치며 됐어, 앞으로 주 아나운서는 김소위로 하라!”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던 나는 그날부터 야영훈련에 안 나가고 날마다 부대의 시범훈련에 임했던 것이다.

 

내역을 알아보니 그 동안 대단위부대 경계시범훈련실시 명령을 받은 대대에서는 모든 기획과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실천에 들어가는 참이었다. 여러 명의 주 아나운서를 시험해보았지만 아무도 대대장의 안속에는 안 찼던가보다. 그때 그는 얼마 전 회식 때 시를 낭송하던 소위가 떠올랐었나보다.

수 주일 간의 연습이 끝나고 시범훈련이 실시되는 당일, 5사단 포병사령부 산하 전 장병들이 구름같이 밀려들었다. 전선의 능선과 계곡에는 장병들이 시커멓게 앉았다. 얼마 후사단장이 탄 헬리콥터는 도도도도......하며 나비 날개를 헤집고 날아와 앉는다. 대대장의 시범준비완료 보고가 떨어지자 작전장교는 멀리서 손을 흔들어 보이며 어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어가다가 장병여러분, 11시 방향을 봐 주십시오! 지금 산속에서 수상한 민간인이 나오고 있습니다....” 설명과 시범조의 언행을 섞어가며 진행을 하는 도중에 가끔 박수도 나왔다. 한참을 정신없이 진행을 하고 있는데 보조 아나운서 소위는 나의 몸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내가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더라는 것이다.

 

시범이 모두 끝나고 사단장의 강평이 이어졌다. 타부대도 오늘의 205부대처럼 하라는 것이었다. 부대로 돌아오자마자 S1(인사과)에서 연락이 왔다. 시범 조 세 장교는 대대장에게 휴가 신고하라는 것이었다. 5일 간의 특별휴가를 얻었지만 고향이 먼 나는 집에 올 수가 없었다. 대신 인천에 사는 소위 집으로 가서 보냈다. 나의 시 낭송을 감상하기 좋아하는 후배 장교이다. 전역 후 18년이 지나서 문화행정 세미나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주위에서는 이산가족 찾았다고 박수를 쳐 주었다. 그때의 아름다운 추억담이 자동적으로 나왔다. 동백꽃의 향기가 그때까지 가시지 않았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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