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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콘 '동막골...운동회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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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겅퀴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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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동회 7

초등학교 6학년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우리 학교에서는 다른 큰 학교처럼 운동회 같은 행사는 꿈도 못 꾸었다. 운동장도 너무 좁고 학생 수도 적었기 때문이다. 전 학년이라고 해야 모두 6개 학급, 학생 수는 겨우 2백여 명 정도였다. 따라서 전교생들이 나서도 종일 프로그램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판이었다. 그래서 인근 큰 학교의 운동회를 구경하고 다녔을 뿐이었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 할 수 있는 학예회나 음악회는 종종 열리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연극반이나 합창단에 뽑혀 장기자랑이라도 할 수는 있었다. 어릴 적부터 노래와 춤을 즐기는 아버지의 유전인자를 타고 났는지 아버지가 부르는 민요를 따라 부르기를 좋아했고 춤도 잘 추었던 것 같다. 장롱 거울 앞에서 춤을 추고 거덜거리는 모습을 본 작은 어머니는 나에게 임방울 소리꾼을 따라다니라고 놀리기도 했을 정도였으니까. 선생님은 그런 소질을 알았는지 나의 끼를 인정해 주었고 운동회 때는 백군의 응원단장으로 선발해 주었던 것 같다.

내가 5학년이 되던 해의 가을, 드디어 우리 학교가 운동회를 연다고 했다. 우리 학생들의 기분은 날마다 들뜨기 마련이었다. 육학년 담임 장강 선생님은 운동회 준비를 주관했는데 명문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답게 모든 일을 척척 잘 해냈다. 한 예로 학교 정문에다 운동회를 알리는 문을 세웠는데 솔가지로 장식한 솔문에 환영문(歡迎門)’이라고 크게 글자를 썼던 것이다. 다른 학교의 경우 ‘00학교 운동회라고 쓴 것을 보면 색다른 글자여서 상급생 한 사람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운동회를 앞두고 교사와 학생들은 매일 연습은 물론, 행사장 준비를 했다. 달리기, 손님 찾기, 기마전, 텀블링, 이어 달리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연습을 했다. 운동장에 걸 만국기도 우리 손으로 손수 물감을 칠하여 만들고, 운동장 트랙에 흰 횟가루도 뿌렸다. 점심시간에 맞춰 터뜨리는 종이 바구니와 콩 주머니도 직접 만들었다. 씨름판을 채우기 위해 멀리 있는 저수지까지 가서 책보자기로 모래를 퍼 나르기도 했다. 대망의 운동회가 열리는 날, 만국기도 덩달아 화창한 날씨와 함께 축하해 주는 듯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운동회를 여는 학교에 나간다고 벌써부터 부산이었다. 작은 질그릇에 쌀밥을 푸고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하여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아침 일찍 학교의 운동장 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늦둥이 아들이 운동회를 연다고 하니 얼마나 기뻤을까. 더구나 나는 어리고 나약하여 달리기에서 상은 못 탈망정 백군의 응원단장이 되었으니 어머니는 어깨를 으스댈 만도 했을 것이다.

나는 솜씨 좋은 할머니가 흰 무명 배로 만들어 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반바지와 셔츠를 입고 나섰다. 전 학생들은 운동모가 없이 머리에는 하얀, 또는 파란 머리띠를 두르고 모였다. 땡땡땡! 시작종이 울리고 개회식이 있은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것이다. 저 학년생들부터 고학년으로 올라와서 5학년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는 예견한 대로 6명의 팀에서 3등에도 못 들었다. 드디어 오후시간에 우리 5학년에 손님 찾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나선 나는 중앙초등학교 노선생님이라고 씌어 진 쪽지를 주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크게 외쳤다. ‘중앙초등학교 노선생님’ ‘중앙초등학교 노선생님하고. 그러나 청중에서는 아무도 대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 들었는지 학생들 틈에서 하얀 옷에 흰 운동화를 신은 선생님 한 분이 튀어나오며 나 여기 있다!”하고는 나의 팔을 붙잡고 아니, 12살 어린 나를 한 손으로 들고 달리기 시작하여 꿈에도 생각 못 했던 1등을 했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어머니는 옹골지게 기뻐했고 집에 돌아온 나는 상품을 할머니께 내보이며 자랑도 했다.

 

한 편 나는 백군의 응원단장이라 백군 학생들 앞에서 하얀 기를 흔들며 우리 백군 이겨라!“하고 외치며 응원을 열심히 했다. 응원단장의 임명을 받을 때만 해도 응원하는 요령을 몰랐다. 집에 돌아와서 자랑을 했는데 다행히 우리 집 머물고 있는 분이 옛날 소학교 시절에 운동회경험이 있어서 응원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 분이 가르쳐 준대로, 또는 나의 개인기로 응원을 해 냈다. 즐거운 운동회는 이렇게 단 한 번으로 끝났지만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났어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오지 학교에서 중앙초등학교 운동회 구경을 갔을 때 신기하게 감화를 받은 일이 있다. 오전 경기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내가 나중에 들어갈 상급학교 학생들이 흰 운동복과 운동모자를 쓰고 마스게임을 펼치는 장면이었다. 일사분란 한 균일 미가 멋있어 보였다. 특히 체육선생님의 우렁찬 구령과 남자다운 생김새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 선생님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두 번씩이나 담임을 맡았던 분이다. 나도 장래 커서 최민규 선생님처럼 멋있고 남자다운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졸업 후 한참이 지나 선생님의 회갑을 축하하러 방문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나를 단박에 알아보고 00 아니냐?”하고 반겨 주었다.

 

기울다가 기울어지다가/차라리 누워버리고 싶은/삭고 여윈 세월

헐리고 떡 벌어진 벽/어지럽게 버려지고/떠들 썩 당당했던 꽃망울들은/

어디에서 영글고 있는지/텅 빈 교실 안에는/스산한 바람만이/스쳐지나가고

잡초 밭 운동장에는/가로 드리운 분홍빛 노을만이/추억을 보듬고 있다.

- 김양기 폐교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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